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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개헌 블랙홀’
[뉴스분석]JTBC, 권력의 일탈을 제어할 유일한 방법은 언론임을 증명하다
임두만 | 2016-10-25 11:59: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최순실, 정유라, 미르, k스포츠, 우병우, 백남기, 강남아파트 평당 8,000만 원… 현 정국을 뒤덮은 단어들이다. 그리고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유익하지 않은 불리한 키워드다. 가히 2006~7년의 노무현 정부 말기와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JTBC 중계화면 캡쳐 ©임두만

특히 당시 노무현 정권이 민심에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은 아파트값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값 폭등이었다. 그런데 지금이 그렇다. 앞의 정치의 혼돈, 비선실세의 권력농단, 이런 것들보다 박근혜 정권이 민심을 다스리기 힘든 사안… 그것은 부동산이다. 아파트값을 놓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그 어떤 명약으로도 치유가 안 된다. 그런데 송민순 회고록이란 돌출 사안이 터졌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빙하는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판했으며 그 회고록 한군데에 2007년 11월 21일 유엔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할 당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찬성과 반대 또는 기권을 북측에 물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는 내용이 실린 것이다.

이에 여권은 일제히 문재인을 타킷으로 집중포화를 쏟았다. 이른바 현 여권의 최대무기인 ‘종북공세’를 통해 현 여권의 불리한 키워드를 잠재우면서 북한변수로 난국돌파를 꿈꿨다.

하지만, 여권의 이 같은 공세로도 최순실 정유라 게이트는 물론 아파트값 광풍에 따른 민심이반을 다잡을 수 없었다. 거기다 정유라씨의 고3시절인 10대 임신설에, 독일에서의 비밀결혼 내용 등 은밀한 사적 내용까지 터져 나왔으며 급기야 이들 모녀의 독일 잠적근황까지 속속들이 보도되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한꺼번에 쓸어담을 블랙홀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헌을 말했다. 앞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 “참 나쁜 대통령”으로 일축했던 그가 자신의 임기 1년 4개월을 남긴 시점에 개헌론을 끄집어 냈다. 특히 자신에게 극도로 불리한 정국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개헌’이란 화두를 던진 것이다.

나는 앞서 박 대통령의 연설이 나온 직후 박 대통령 임기 내 정상적 개헌은 불가함을 피력했다. 그 글에서 지적했지만 다시 말해도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 중 개헌은 불가하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발설한 후 거의 전 언론들이 개헌 가능성을 말했다. 현 의원들 중 200명 이상이 개헌 찬성론자이므로 국회의 개헌특위가 순항할 수 있고, 이런 기류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면 물리적으로 어렵지는 않을 것을 예측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예측일 뿐 각론에선 어떤 사안도 합의가 쉽지 않다.

권력구조의 개편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6년 단임제 등의 대통령 중심제로 갈 것인지,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로 두고 순수 내각제로 갈 것인지,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책임지고 내치는 내각 수반이 책임지는 권력분권형 이원집정제로 갈 것인지 등에서만 300명의 의원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선거구제 개편, 지방자치제, 교육자치제, 검·경 수사권 분리, 지방경찰 지방검찰 지방법원의 자치제 편입 등 개별사안, 더 나아가 헌법전문에 들어 갈 건국시기 충돌로 인한 건국절 문제, 갈수록 보혁간 첨예한 갈등관계로 대두되는 4.19, 5.16. 5.18, 6,29 등의 현대사 문제까지… 하나하나의 사안이 여야 합의, 보수 진보의 합의가 어려워 순조로운 개헌안 도출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순수성을 인정받으려면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해야 한다. 그래서 당선되면 신정부 출범 후 정부 안에 개헌추진단을 구성, 임기 4년 동안 국론을 모으고 합의점을 찾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완결하는 로드맵이어야 개헌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박 대통령 개헌 주장은 자신이 불리한 정국 현안을 돌파하기 위한 ‘블랙홀 작전’이란 말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이 작전은 성공하는 것 같았다. 공중파와 뉴스전문채널, 종편 등 모든 방송 매체는 순식간에 최순실 등의 키워드가 사라지고 개헌이 등장하며 뒤덮었다. 주류 언론 이하 모든 인터넷 매체까지 개헌 관련 기사를 쏟아내므로 포털의 뉴스창은 개헌으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합종연횡, 정계개편 등의 논란으로 지난 4월 총선으로 만들어진 정치구도까지 깨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난무했다. 가히 ‘블랙홀 작전’의 완벽한 성공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지… JTBC 뉴스화면 캡쳐 © 임두만

그런데 이 꿈은 단 몇 시간 만에 깨졌다. 가히 메가톤급 폭탄으로 지칭할 수 있는 JTBC란 한 방송사의 대형특종에 의해서다. 그 폭탄의 키워드는 최순실이다. 24일 <JTBC 뉴스룸>은 ‘최순실 PC 파일 입수’라는 특종을 터뜨리면서 개헌론 블랙홀을 집어삼켰다.

이날 오전 10시에 나온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 탑기사의 네이버 댓글은 25일 자정까지 2,000여 개 남짓이었다. 하지만 “[단독] 최순실 PC 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는 오후 8시 JTBC뉴스의 네이버 댓글은 단 몇 시간인 25일 자정께 댓글만 1만 개를 넘겼으며 댓글의 댓글을 포함하면 2만 개에 육박하는 폭발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또 많이 본 뉴스의 정치 카테고리에서 종일 탑을 차지하고 있던 개헌 뉴스는 ‘최순실 PC파일 뉴스에 자리를 내줬으며 인기순위 30위까지를 보았을 때 개헌이 최순실에게 확실하게 잡혀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개헌 블랙홀을 노린 박 대통령의 작전은 최순실 블랙홀에 완전히 빨려 들어간 것이다.

하여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작전은 실패한 것 같다. 그래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보수진영이 꿈꿨던 대세장악은 불가하게 되었다. 아래는 25일 자정 무렵 네이버 뉴스 페이지의 ‘많이 본 뉴스’ 정치 카테고리 순위 30위까지다. 30위권 내 뉴스 17개가 최순실 관련이며. 개헌 관련은 9개., 그 외 우병우 관련이 하나, 북한핵 관련이 3개로 나타난 점에서 보듯 개헌은 최순실에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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