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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의 ‘3대 세습’은 나쁜 것일까
‘맹북(盲北)’과 ‘맹조선(盲朝鮮)’의 함수적 관계
김갑수 | 2018-01-27 10:58:2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3~25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63%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20대는 1월 둘째 주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81%에 이르렀으나 2주 만인 이번 넷째 주 조사에서는 68%로 내려앉았다. 부정평가의 이유로는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동시 입장’(25%)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20대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3대 세습 등으로 북한에 대한 불신이 매우 강화됐다. 특히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20대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북한이 ‘갑질’을 했다고 여기고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국가 공동 목표를 위해서는 다소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생각이 강해 2030세대의 새로운 현상을 잘 몰랐다”고 분석했다.

이상은 한겨레 기사를 참조한 것인데 다소 편향된 면이 있는 분석으로 보인다. 20대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20대의 68%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보다 여전히 5%나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0대의 대북관이 다른 연령층보다 딱히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튼 이남 사람들은 이북을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북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나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그 주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이북이 핵미사일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북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커졌다는 한겨레 식의 보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이북에 대한 부정적 관점의 핵심은 바로 ‘3대 세습’에 있다고 본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최근(1.21) 한겨레의 선임 기자 성한용은 칼럼에서, “김정은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독재자”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관점은 이남의 기성세대 다수에게 공유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3대 세습에 대한 선입견이 전제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국가권력의 세습이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들은 국가권력 세습을 재벌세습이나 교회세습과 동일시한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정당한 것일까? 국가권력의 교체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선거와 선양과 세습이다. 선거는 서양식 데모크라시 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서 한국인들은 이 방식만이 정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노태우와 이명박과 박근혜는 모두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

다음으로 선양(禪讓)은 까마득한 시대 중국 ‘요순우탕’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지금 중국과 베트남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서 중국과 베트남의 권력 승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 번째 세습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오해가 많다. 한국인들은 세습은 시대에 뒤진 방식이며 ‘세습 = 독재’라는 등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습은 인류 역사에서 다른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채택된 방식으로서 지금도 대략 10개 국 정도가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알듯이 조선왕조는 27대의 세습을 통해 518년 동안 국체를 유지시켰다. 선거와 세습은 둘 다 가치중립적이다. 참고로 나는 개인적으로 선거나 세습보다는 선양에 더 관심이 높다.

2017년 10월 미국에서 열린 ‘현대 한국 알리기’ 세미나에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23년 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모두들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북한은 망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작년에 4%의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군주국(monarchy)’이라면서 “3대째 세습이 북한에서 용인되고 있는 이유는 유교적 군주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종우 시라큐스대 교수는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을 중앙집중화 시스템(centralized system)인 '유교'에서 찾아냈다. 그는 “한국사회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유교를 비과학적인 범주로, 또는 주변적인 요소로 치부해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사회과학적 분석의 틀로서의 유교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경제와 정치의 발전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북)의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 25분 연설에서 ‘인민’이라는 용어를 무려 90번 이상이나 사용했다. 이는 민유방본(民惟邦本), 이민위천(以民爲天)이라는 정통 유학 사상에 기반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의 왕과 사대부들이 가장 중시한 용어도 인민이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북이 유교 도덕국가라는 브루스 커밍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오늘날 조선(북)을 움직이는 것은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이 아니다. 그것은 항일혁명의 과정에서 유효적절하게 이용한 도구였다. 오늘날 조선을 움직이는 것은 정도전, 세종, 영조, 전봉준 같은 인물들의 사상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기성세대는 조선왕조에 대해 너무도 모른다. 그들이 알고 있는 조선사 지식은 조선총독부에서 2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왜곡 조작하여 1937년에 완간한 《조선사 35권》의 범위에 갇혀 있다. 그리고 이것은 1990년 대 이전까지 남과 북 공통된 현상이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맹북이라면 한국의 기성세대는 ‘맹조선(盲朝鮮)’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사관의 가장 큰 폐해는 사실을 훼손해 국민에게 열등감을 주입하고, 비주체적인 삶을 내면화한다는데 있다. 민족에게 열등의식을 심는 데에 식민사관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열등의식은 모양주의로 반면화되어 있다. 단재 신채호, 위당 정인보, 석주 이상룡 등이 무장투쟁을 하면서도 우리 역사 연구에 매진한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날 조선(북)은 조선왕조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왕조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조선(북)을 제대로 알기 어려우며 조선왕조를 비하하는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조선(북)을 비하하는 시각을 버릴 수가 없다. 조선왕조와 조선(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조국 통일로 다가가기가 어렵다.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위치에 있는 기성세대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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