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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를 보면 그 아부지를 생각한다 아이가”
[보수선생전(傳)-17] 다시 보수선생을 만나다
뒷북의 달인 | 2012-09-07 13:01:0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저녁시간의 지하철은 다소 붐비지만 그래도 타고 갈 만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했던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있을 것이었다. 신문을 보는 사람, 졸음을 못 이겨 잠이 든 사람, 벌써 한잔 걸치고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 휴대폰에 코를 박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로 객차 안은 가득 차 있었다.

우리의 보수선생은 옆에 앉은 손자 창훈의 무릎을 토닥거렸다.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조갑제 강연에서 손자를 만나다니! 얼마나 대견한가. 아까 강연장에서 박노인이 부러워하는 얼굴이란! 절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선생이었다.

그래, 창훈이 니는 오늘 강연을 우째 들었노?”

따뜻하게 건넨 선생의 물음에 대한 창훈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전 솔직히 좀 실망했어요.”

실망? ?”

조갑제라는 사람, 보수논객으로 이름은 많이 나 있는데, 계속 저런 식으로 강연을 해서는 안 돼요. 저번에 했던 소리나 앵무새처럼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고, 보수도 새로운 논리,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고 그래야지 저래서는 안돼요.”

그래? 할아버지는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게 들었는데?”

저는 별로였어요.”

선생의 기분은 반넘어 식어버렸다. 창훈이가 아직 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려 가듯이나나 조갑제 선생이 이제 한물간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일까. 아무튼 기특한 손주와 함께 좋은 강연을 듣고 왔다고,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는 순수한 기쁨은 퍽 많이 줄어버렸다 

우리를 만나지 못한 동안에 있었던 보수선생의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인 것 같다.

선생과의 첫 만남이 있은 후, 만남을 주선한 나는 여럿으로부터 핀잔을 받아야만 했다. 우리 토론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완고한 영감님 하나 모셔놓고 뭐하는 짓이냐는 거였다. 어차피 서로의 견해나 관점은 평행선을 달리게 되어 있고, 어느 쪽도 상대방 말에 귀 기울일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데 서로 서로 기분만 상할 그런 만남은 해서 뭐하자는 거냐고도 한다.

보수선생과의 두 번째 만남을 추진하는 일은 벌써 거기서부터 그릇되어 있었다. 첫 만남에 10여 명이 넘게 참석했던 인원은 나를 포함해서 딱 세 명으로 줄어버렸다. 나 외의 다른 두 사람을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동욱은 부산의 어느 큰 기업 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으로, 정치와 시사를 주로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제법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파워블로거다. 우리 모임의 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도 많고 활동량도 많다.

병훈은 사진작가로, 역시 사진과 사회를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의 보수선생이 조갑제의 강연장에서 보았다는 빨갱이 사진사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

우리는, 일단 벌인 일이니 마무리 짓자는 뜻으로 보수선생에게 연락하여 다시 만나기로 했다.

보수선생은 흔쾌히 응락했다. 친구 박노인에게 격려받고, 손자 창훈에게 고무되고, 저 유명한 조갑제에게 사상적 무장을 다시 받아서 겁날 것이 없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뭐 아무튼 보수선생으로서는 손해 볼 것도 없었고, 달리 할 일도 없는데 심심한 차에 잘 된 일이었다 

보수선생은 우리를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마자 파뜩 병훈을 돌아보았다. 영문을 모르는 병훈은 카메라를 들던 손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자네 혹시 일전에 부산일보사 강당에 온 적 없나?”

촬영 때문에 자주 갑니다만 무슨 일로 그러시는데예?”

아이, 조갑제라꼬 와 안 있나, 그 사람 강연할 때 혹시 온 적 없나?”

, , 기억 납니다. 그날 갔지요.”

그날 자네는 거 와 왔드노?”

, 누가 그날 행사 사진 촬영을 부탁해서 갔었습니다.”

그런 대화가 오간 후에야 선생은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선생과 헤어진 다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선생의 말을 듣고 옮겨 적은 것이다.

그래, 나는 자네가 조갑제 선생을 우째 할라나 싶어가 간이 옴쫄옴쫄하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선생의 이런 말에 우리는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에이, 선생님도 ㅎㅎㅎ, 제가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데 프로정신이 있지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라믄 참 다행이다.”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선생과의 두 번째 만남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을 만나뵌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져 이제 거의 분당이 확실해 진 지경에 이르렀고,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들도 대략 이제 윤곽이 잡히는 중입니다.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는 박근혜 의원으로 확정됐구요. 여기 대해서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째 생각하기는 뭐를 우째 생각해? 순리대로 되고 있지.”

순리대로 된다... 그러면 대선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다고 보시는 거군요?”

당연한 일 아이가! 박근혜가 되고, 박근혜가 돼야 하고, 박근혜가 될 수 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이 박근혜 만한 사람이 누가 있노?”

글쎄요 현재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민주통합당 내의 후보로는 문재인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구요, 원외 재야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아직도 상당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만...”

아이고, 택도 없다. 문재인이? 문재인이는 노무현이 쫄로(졸병) 아이가. 비서실장이라 카는 거는 대통령 똥이나 딲아주던 사람이다. 노무현이가 살아가 돌아와도 안될낀데 문재인이 지가 머라고...”

말해두지만, 보수선생 개인의 의견이지 여권, 야권, 우리들 누구의 생각도 아니다.

그라고 안철수는, 안철수가 대통령 되면 이 나라 망하는 기다. 말도 아인 소리는 하지도 마라.”

하지만 여론 조사를 통한 가상 지지율 대결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박빙의 승부인데요.”

그거는 그 사람들이 잘 못 생각하는 기라. 내가 볼 때는 우째 생각해도 박근혜가 될 수 밖에 없어요.”

선생은 물을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이고 말을 이었다.

봐라, 일단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요래 세명이 쪼롬히 나오모 우째 되겠노? 박근혜가 완승이라꼬요. 그거는 누구도 의심할 수가 없어요.”

그야 그렇죠. 그래서 단일화 논의를 하는 거구요.”

단일화? 단일화를 우째 한다 말이고? 만약에 보래, 민주당에서 문재인이가 나온다 치자, 그랬는데 안철수하고 둘이 단일화하자 케가 다시 경선을 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이기뿌따. 그라모 문재인이가 옹야, 니가 해라카고 순순히 물러날 거 같나? 택도 없다꼬요. 문재인이 지도 욕심이 없다케도 거까지 가모 몬 물러난다꼬요. 그라고 지가 물러난다손 치더라도 즈그 당에서 가마 있겠나! 단일화 안된다! 그 반대로 또 보래, 안철수가 뭐 지는 대통령 나올 생각 없다 소리는 하지마는, 속에 흑구리(흑구렁이)가 들앉아가, 지가 우째하든동 대통령 해무글라 카는기라. 그런 놈들이 단일화가 되나? 택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를 이룩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도 그놈들은 안된다꼬. 보래, 안철수가 양보하고 문재인이가 된다, 그라모 안철수 지지하는 패들이 다 떠나뿐다꼬. 박근혜쪽으로 몰린다꼬. 반대로 문재인이가 양보하고 안철수가 되재? 그라모 민주당하고 친노 패거리들이 우루루 다 투표를 안해뿐다꼬. 잘 될 리가 없어요.”

선생의 희망인지 바램인지 모를 예측이었다. 이제껏 정치판을 봐왔다는 선생의 경험과 상식에 비추어 볼 때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박근혜 의원 얘기가 나왔으니 여쭤보겠습니다. 저번 17대 총선에서도 그랬고, 이번 19대에서도 박근혜 효과는 여실히 효력을 발휘했는데요. 박 의원은 이 여세를 대선까지 몰아갈 분위기입니다. 어르신께서는 당연히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실 테구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수선생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진지하고 점잖아져 있었다.

, 그거는 머냐카믄요, 여러분은 이걸 알아야 됩니다. 지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요? 그기 다 누구 은공이라꼬 생각하나 이 말이야. 오직! 오로지!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새마을 운동, 국토개발 계획, ? 이런 훌륭한 노력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었단 말이야. 그라이 지금까지도 국민들이 다 박 대통령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거 아이가.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라카는 그 공로는 절대로, ~대로 이자뿌믄 안되는기라. 그라이 그 딸인 박근혜 의원을 보고 그 아부지를 생각하면서 지지한다... 마 이래 생각할 수 안 있겠나.”

박정희. 이 이름을 만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정치뿐만이 아니라, 역사, 사회, 경제... 대한민국의 현재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할 때 한번쯤은 이 이름을 만나게 된다 

동욱이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선생에게 물었다.

박정희에 대해 아주 높이 평가하시는군요.”

높이 평가하다이! 무슨 말로 칭송해도 모자라지! 국부(國父, 局部가 아니니 주의.) 아이가 국부!”

그래요? 그렇다면, 역사상 어떤 인물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 보자... 가까운 역사에는 비할 사람이 없고, 좀 멀리 가면 세종대왕...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너무나 진지한 얼굴이었기에 대놓고 웃을 수가 없었다. 노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입니다만.”

, 박 대통령이 그보다 못할 기 뭐가 있노, 세종대왕은 한글이나 만들었지 뭐 다른 기 있나.”

허허허.

저는 좀 더 비슷한 다른 사람을 알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 누군데?”

박정희처럼 일단 군사쿠데타로 집권을 했..”

쿠데타라이! 혁명이지!”

“..... 그래요, 군사혁명(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다니)을 통해 집권을 했고, 철권통치를 통한 장기 독재집권을 했는데, 자원도 산업도 부족해서 극빈국이었던 조국을 부강하게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뒤로 가면 쪼매 비슷해지는 거 같네. 그기 누꼬?”


 

 

 

 

 

 

저 리비아에 있었지요. 무아마르 가다피라고.”

뭣이 어째?”

선생은 격노했다.

격노하건 말건, 나는 박정희와 아주 닮은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심지어 동상마저 비슷하다.



 

 

 

 

 

 

 

<임자, 저 여자 데리고 와 vs 기쁨조를 날래 대령하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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