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아 있는 검찰 권력
신뢰 잃었으면 떠나라
이기명 기자 | 등록:2020-11-24 07:03:30 | 최종수정:2020-11-24 07:49:38


[칼럼] 살아 있는 검찰 권력
신뢰 잃었으면 떠나라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냐. 살아있는 권력이 있다니. ‘권력은 존재하는 것일 뿐 행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 내가 이상한 놈이 된다. 쓰지 않는 칼이 무슨 소용 있느냐.
 
살아있는 권력은 분명히 있고 오늘도 개처럼 돌아다니며 욕을 먹는다. 국민들은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살아있는 권력은 누군가. 얼핏 생각나는 것은 대통령이다. 얼마나 대단한 권력인가. 한데 또 헷갈린다. 과연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인가. 압수수색을 당해도 말조차 못 하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살아있는 권력인가.
 
■ 성명불상자
 
도둑놈이 물건을 훔쳐 도망갔다.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 CCTV도 없던 때다. 이때 수사기록에 쓸 수 있는 게 ‘성명불상자’다. 그런데도 수사관의 마음에는 짚이는 인물이 있다. 있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1월 3일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로 승진한 검사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그는 특히 검찰개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목청을 높였다.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는 게 검찰개혁이다”
 
백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다. 현장에 있었다면 손이 얼얼하도록 박수 쳤을 것이다. 사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치나 보며 권력을 수사해 본들 국민들이 뭐라고 할 것인가. 한 마디로 쇼한다고 웃을 것이다. 짜장면 시켜 드시면서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이다. 표창장 하나 가지고 수십 번씩 영장 청구하는 검찰이다.
 
역시 총장의 말은 말발이 선다. 총장의 발언 뒤 검찰은 씩씩한 수사관 100여 명을 압수수색 현장에 풀었다. 검찰총장 참모 출신의 검사장이 지휘했다. 강도 높은 압수수색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바로 그 모양새였다. 검찰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국민은 감탄했을까. 이제는 ‘검찰불신’이라는 고질병이 고쳐진 것 같다고 감탄했을까.

▲(사진-팩트TV 2020년 국회 국정감사 생중계 영상 캡처)

■ 살아있는 권력
 
노무현 대통령이 꿈에 한 말씀 하신다.
 
‘이제 제 얘기는 그만하십시오.’
 
내가 너무 많이 노 대통령 말씀을 인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내가 직접 듣고 본 것 아니면 인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직접 들은 얘기다. 대통령은 어렸을 때 면서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단다. 이유가 뭔지는 굳이 따질 것 없다. 내가 목격한 것인데 시골 마을에 군청에서 산림계 직원이 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왜냐면 불법으로 나무를 하면 처벌된다. 당시에 불법 저지르지 않고 어떻게 밥해 먹고 방에 불 때고 산다는 말인가.
 
뒷얘기는 모르지만, 산림계 직원은 칙사 대접을 받고 돌아갔다. 그렇게 산림계에서는 가끔 나왔다. 시골 파출소에 순사(그때는 순사라고 했음)가 나오면 동내가 서늘하다. 권력은 그렇게 대단했다. 살아있는 권력이다.
 
지금은 어떤가.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세상이다. 청와대 비서실 비서관 위에 누가 있는지 모르지만 ‘성명불상자’로 적어 놨다. 국민은 ‘성명불상자’가 대통령 아닌가 의심한다. 대단하다.
 
법대로 하는 건 참 중요하다. 법대로 하지 않으면 법을 왜 만들어 놨는가. 검사들 목에 힘주라고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누가 힘줬냐. 명예훼손이라고 고발당하면 곤란하니 그 말은 취소한다.
 
지금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윤석열 총장 감찰 문제로 국민들 머리가 돌 지경이다. 감찰하는 게 불법이라면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에게 사과해야 한다. 대신 감찰이 법을 어긴 바가 없다면 감찰을 거부하는 총장이 사과하고 즉시 감찰을 받아야 할 것이다. (법무부 감찰 규정 6조를 보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회장도 사람이고 검찰총장도 사람인데 사람끼리 만난 게 뭐 그리 죄가 된다고 펄펄 뛰는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했수다’ 말 못 할 게 뭐가 있는가. 무슨 부탁 오고 갔느냐고? 왜 그리도 쩨쩨하고 좀스러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검찰총장이라면 통 좀 커야지. 배짱 있다는 윤석열이 아닌가.
 
■ 검찰총장 임기제
 
검찰총장 임기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최소 2년간 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제도다. 그러나 정치 ‘중립’을 의심받는 총장에게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검찰 조직에도, 정권에도, 당사자에게도 ‘독(毒)’일 뿐이다. 스스로 결단하지 않으면 임명권자가 결자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임기 없는 장관이야 (공수처장 추천 말고는) 더 이상 자리 지킬 명분도 실익도 없음은 물론이다.
 
한겨레 김이택 기자의 기사를 인용했다. 허락받지 않았으니 미안하다. 공감한다. 지금 검찰총장 윤석열은 공직자인가. 정치인인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아니 판단했을 것이다.
 
날치기가 할머니 가방을 낚아채 튀었다. ‘아이고구 내 가방. 내 가방’ 청년들이 쫓아가 날치기를 잡아 몇 대 때렸다. 코피가 터졌다. 날치기는 죽는시늉이다. 그걸 본 시민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놈 잡아 죽여라’고 하던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무언지 아는가. ‘날치기라도 저렇게 때리면 안 되지.’
 
맞을수록 인기가 올라간다는 말이 요즘 떠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두고 하는 소리다. 그래서 윤석열이 점점 더 배짱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 무서워서 공격을 못 하는지 몰라도 국민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윤석열은 지금 정치를 하고 있다. 잘못하면 끝이다.
 
■ 신뢰를 잃었으면 떠나라
 
얼마 전에 돌아가신 원로 판사 지인의 말이 머리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오늘의 검찰은 출세 지향 주의자들이 모인 결사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 말을 믿어야 하는가. 아니라고 변명을 하고 싶은데 적당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말씀대로라면 검찰총장은 ‘출세 지향 주의자들의 두목’이 아닌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비극이 틀림없는데 특별한 해결 방법이 없다. 검찰 스스로 고치지 않고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어떤가. 검찰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찰총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게 살다가 죽을 생각인가. 그러나 인간의 가슴속에는 아무리 목을 조여도 죽지 않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민주당은 겁낼 것 없다. 공수처법 즉시 개정하라. 검찰총장 감찰하라. 대통령은 살아있는 올바른 권력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똑바로 보여 줘라. 그래야 정치가 바로 선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