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콩나물
대학병원 10년차 간호사가 전하는 의료현장
최원영 기자 | 등록:2020-08-25 09:28:48 | 최종수정:2020-08-25 11:57:48


의사와 콩나물
대학병원 10년차 간호사가 전하는 의료현장

트위터 | 최원영 간호사 | 2020-08-20


[편집자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확대안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적극 참여하기로 정부와 합의를 하였으나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무기한 파업은 계속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편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위기상황 속에서 전공의들의 파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국민들도 적지 않으며 최대집 의사협회장의 정치적 극우성향과 맞물려 평가가 다양하여 사안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진실의길>에서는 현재 펼쳐지고 있는 의료대란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며 그 바람직한 해법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의 글을 찾던 중 현재 대학병원에서 10년차 근무중인 최원영 간호사께서 지난 8월 20일 트위터 포스팅한 글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진실의길>이 최원영 간호사님의 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의료현장에서의 고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겪으며 의사와 환자(보호자), 병원운영주체와 의료진 그리고 정부의료정책에 대한 현장근무의료진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전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최원영 간호사님의 트위터에 쪽지기능이 막혀 있어 허락을 구하지 못한 점 양해 바라오며 혹여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실의길 (poweroftruth@hanmail.net)

다가오는 21일,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무기한파업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저는 의사는 아니지만, 학부 때 동아리에서부터 병원에 입사한 이후 의사들과 아주 가까이서 공부하고 또 함께 일해 온 10년차 간호사입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처럼 의료공공성을 주장하며 파업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병원파업이 가지는 부담감을 경험해 본 경험자이기도 합니다.

의사 파업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앞으로 벌어질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 몇 마디를 보태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도 의사들을 썩 좋아하진 않는 편입니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곤 해도 싸가지 없고 무례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의사들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병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침묵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일단 전공의가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알려 드리자면, 전공의란 대학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1년과 각 진료과에서 레지던트 3~4년의 수련과정을 밟는 의사들을 말합니다.

수련과정이라곤 해도 전공의들은 학생이 아니라 정식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이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인 동시에 임금을 받는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업무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전공의법상 그들의 근무시간은 주당 80시간이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들보다 최소 2배 이상 일합니다.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퇴근 시간이라고 해서 내버려두면 환자가 잘못될 것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칼퇴를 할 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주당 8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고 있을 거라고, 아니 전공의 99.9%가 주 80시간보다 초과근무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공의 총파업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들이 그간 떠받치고 있던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대신 해줄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병원 내 의사직군 중에서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크기도 하고,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설령 전공의 업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의료법상 대신 해줄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하루 이틀이야 그동안 해왔던 대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굴러갈지 모르나 계속 새로운 환자가 오고, 환자들의 상태가 변하고, 백업을 해주던 각 진료과 교수님들이 소진되면 사고가 발생할 것입니다. 심하면 사망자까지 나올지도 모릅니다. 아니 파업이 길어지면 반드시 나오게 될 겁니다.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면, 파업을 감행한 노동자들에게 쉽게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하지만 파업을 멈출 수 있는 열쇠는 행위자인 노동자들에게도 있지만, 그 반대편 사측에도 있습니다.

왜냐면 파업은 노동자들이 사측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측이 그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하면 파업은 즉시 멈출 수 있습니다. 현재 전공의 파업의 경우 반대편 측은 개별 고용주가 아니라 복지부이지만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분명한 사실은 복지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파업을 멈출 수 있습니다. 절벽을 향해 달리는 열차의 브레이크는 양쪽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양측에서 각자의 주장에 인용하는 통계 중, 어느 쪽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로 따져보고 이리저리 재보았을 때, 복지부의 주장이 맞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은 복지부가 물러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의대 본과 4학년들은 국시까지 포기하겠다며 단체로 시험접수를 취소하기까지 했습니다.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품고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파업결의를 했다고 합니다.

지금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배수진을 치고 파업에 임하는 이 상황에서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절벽을 향해 달리는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지는 자명합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 혹은 전공의 업무를 대신 해야 하는 교수님들이겠죠. 환자가 의료사고로 죽거나 백업하던 의사가 과로사로 죽거나. 아무튼 누군가 죽어 나갈 것이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이 시국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흘러가겠지만 죽은 사람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그냥 그대로 멈춰버립니다.

제가 알기론 전공의협의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전면 재논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정도 수준이라면 복지부가 전공의협의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물러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간호대학의 경우에도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10년간 무분별하게 입학정원만 늘려왔습니다. 왜 간호사들의 50%가 장롱면허인지, 왜 1년도 채 못 되어서 병원을 떠나는지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대학정원만 늘려온 결과는 끔찍합니다.

매년 2만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 간호사들을 일회용품처럼 함부로 쓰고 버리는 병원과 그런 지옥같은 환경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의 연이은 자살입니다.

현재 매년 배출되는 간호대 졸업생은 23,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참고로 2019년 우리나라의 한 해 출생아 수가 30만명입니다.

간호대학의 남녀 성비를 따져보았을 때, 이대로라면 지금 태어나는 여자아이들의 최소 10% 이상이 간호대에 진학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간을 특정한 목적에 쓰기 위한 도구로써 대량생산하는 것 같은 기괴한 느낌마저 듭니다.

지금 간호대 학생들에게 듣는 간호대학 실습의 현주소는 끔찍합니다. 간호학과 정원이 2배로 늘어난 만큼 병원은 2배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실습을 할 수 있는 부속병원이 없는 학교들도 많고, 한 학년이 2~300명씩 되어서 실습할 수 있는 적당한 병원을 구하지 못 하고 우리 실습생 좀 받아달라 여기저기 구걸하다시피 가서 실습시간을 채우는 곳도 많습니다.

실습병원의 조건을 충족하지도 못하는 작은 병원에서 실습을 하거나, 실습시간 내내 수액박스 나르기, 검사실에 샘플 운반하기, 냉장고 스티커 떼기, 침대 바퀴에 먼지 떼기 등 간호학과 실습과 전혀 무관한 심부름만 하다 왔다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런 병원임에도 혹시 심기를 거스르면 실습생들을 안 받겠다고 할까봐, 실습할 병원이 한 군데 더 줄어들까 봐 전전긍긍하며 병원의 온갖 갑질에도 부당하다고 말 한마디 못하곤 합니다.

그나마 그런 실습지라도 못 구한 학교는 학교에서 3~4시간씩 떨어진 병원 근처에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 모텔방을 잡아서 대여섯 명씩 끼어서 겨우 잠만 자고 실습을 나간다고 합니다.

학생 수에 비해 강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심폐소생술 실습시간에 각 조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학생이 나머지 학생들을 가르치게 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호사 선배로서 정말 참담하고 죄스러운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만약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됐을 때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치밀한 준비가 없다면 의과대학의 미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겠죠. 만약 무책임하게 정원만 늘려준다면 등록금 장사에 눈먼 대학들의 배만 불려주고 부실한 실습이 많아질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다니는 학교가 어딘지에 따라서 같은 의과대학이라도 실습환경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들었습니다. 흉부외과 실습을 하지만 개흉수술이 실습병원에는 단 한 건도 없어서 영상만 봤다는 친구도 있는 반면,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실습을 한 친구는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교수님이 환자의 뛰는 심장을 직접 만져보게 해줬다고 감격에 겨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전공의 수련환경도 마찬가지겠지요. 의료인 양성은 콩나물 기르기가 아닙니다. 덮어두고 물만 주면 쑥쑥 자라는 게 아닙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을 뽑아놔도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이끌어줄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꽃을 피우긴커녕 씨앗이 흙 속에서 썩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저는 정부가 의료인을 정말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진짜 공공재로 취급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쉬울 때만 공공성 찾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화하고 외면하지 말고, 혹사시키고 착취하지 말고, 가천대 길병원의 故신형록전공의처럼 과로사로 죽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짜 공공의 자산처럼 잘 관리를 하고 소중히 다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련환경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출신학교를 불문하고 일단 입학을 시켜놨으면 실습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책임지고 연계해주거나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으면 합니다.

결국 그 학생들이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될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전공의 파업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면 그건 복지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론대로라면 의사들만 욕을 먹을 걸 뻔히 아는 복지부는 파업을 멈출 브레이크에서 아예 손을 떼놓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이 소중하다면 먼저 파업을 멈추고 대화를 하세요. 덕분에라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랍니다.

의료인들이 환자, 보호자와의 라포를 포기하고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가며 파업에 나서는 건 굉장한 결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만큼 이미 결심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는 힘들어요.

일단 이 파업을 멈춰주세요, 복지부. 제발 부탁입니다.

이 글은 제가 속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고, 저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

p.s

아 그리고 제가 설명이 좀 부족했던 거 같은데요.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씩 일하느라 힘드니까 전공의 더 늘리면 되는 거 아니냐, 이해가 안 간다는 댓글이 많이 보이네요. 병원에 의사인력이 부족하면 전문의를 고용하면 더 빠르고 좋습니다. 그냥 병원이 돈 아까워서 고용을 안 할 뿐인 거에요.

지금도 수술 필요 없는 사람한테 뒷일은 생각 안 하고 관절수술 하게 하는 병원 있어요. 갑상선에 작은 혹 있는데 암으로 변할 수 있다고 다 떼내는 수술 하라고 하고.

신종전염병 시대를 살아가려면 의사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게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근데 막 늘리면 더 난장판 될 수 있다는 거에요.

암튼 정원이야 늘리든 말든 준비 잘 하고 잘 늘리고 일단 어떻게든 전공의파업은 막고 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주당80시간씩 일할 의사 16,000명을 하루 아침에 어디서 구하냐구요ㅠㅜ

저 보고 의사 눈치 보냐, 의사 비위맞추려고 그러냐는 사람들 있는데요... 제 연차가 전공의들 눈치 볼 짬밥도 아니구요, 사진 속의 제가 들고 있는 피켓에 있는 ‘김연수’가 누구냐면요, 지금 저희 서울대병원 현 병원장입니다요. 병원장 눈치도 안 보는데 수련 끝나고 나갈 주치의 눈치를 보겠어요?

배수진을 친 상태에서 뒷걸음질 치면 벼랑 끝에 선 사람부터 물에 빠지지 않습니까? 지금 철회하면 전공의들은 7일이랑 14일날 무단결근 이틀 한 거 징계받고 끝나겠지만 본과4학년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냥 1년 쌩으로 날려먹고 중간에서 새 되는 거에요.

어쩌다보니 제일 끝에 선 게 제일 어린 본과4학년 후배들이 됐는데 어떻게 물러서겠어요.

그니까 복지부가 나중에 뒷통수 칠 때 치더라도 일단 코로나 좀 진정되면 전면 재논의하자고 내일 파업은 보류해달라고 얘기 좀 하라구요.

* 출처 : 최원영 간호사 트위터 (twitter.com/angnu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