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공”
사람일보 기자 | 등록:2020-08-18 12:39:05 | 최종수정:2020-08-18 13:39:08


“자신이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공”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탄생 78돌 축하모임… “우리 민족의 진로 개척하는 데 도움”
(사람일보 / 강동욱 기자 / 2020-08-18)


강대석 유물론철학자는 17일 “유물론철학이란 인간의 영혼이 육신과 함께 소멸한다고 확신하는 철학”이라며 “신이나 어떤 초월적인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전에서 지인들과 가족이 마련한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강대석 유물론철학자 탄생 78주년 축하모임’에서 김현칠 자주통일평화번영운동연대 공동대표가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사회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은 유물론철학을 지지했지만 현상유지를 원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유물론과 정반대인 관념론철학을 지지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유물론철학이 정당하고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우리 민족의 진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재도 <사람일보>에 ‘유물론 강의’를 연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축하모임에는 김한성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상임대표와 류순자 시인을 비롯한 지인들과 동생 강선희 선생이 참석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의 인사말 전문은 다음과 같다.

<강대석 교수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오늘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가까이 혹은 멀리서 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코로나 감염병과 홍수로 여행이 쉽지 않는 조건에서 와 주셨기에 더욱 고맙게 생각됩니다.

사실 나는 생일 모임을 할 만한 업적이나 공훈이 없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이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첫째, 나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건강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만 77살까지만 살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그 소원을 이룬 셈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철학자들도 장수한 사람은 드뭅니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들 가운데서 니체는 56세에, 헤겔은 61세에, 맑스는 65세에, 포이어바흐는 68세에, 엥겔스와 사르트르는 75세에 운명했습니다.

둘째, 내가 2년 전 수술을 받은 후 건강이 점차 악화되어 힘이 없어집니다. 적어도 걸어다닐 수 있을 때 평소에 나를 격려해주신 여러분의 얼굴을 보고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나는 철학교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플래카드에 ‘통일을 염원하는 유물론철학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유물론철학자가 무엇이고 내가 왜 유물론철학자가 되었는지 궁금하리라 생각합니다.

유물론을 나는 할머님과 어머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밭에 가면 할머니는 한이 서린 노래를 중얼거리기도 하셨고 나무 그늘에서 쉴 때면 나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간다.” 할머니는 한글도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겨우 한글을 익혔는데 광주 5.18민중항쟁이 일어나고 전남대학교에 다니던 여동생이 공수부대의 곤봉을 맞고 부상을 당했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참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친척 목사 하나가 찾아와 위로를 하면서 교회에 나와 하나님께 기도를 하면 모든 슬픔과 원망이 사라지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화가 나서 외쳤습니다. “하나님이 있기는 어디가 있어? 하나님이 있다면 전두환이 같은 나쁜 놈 대번에 목잘라버리지!”

할머님과 어머님의 말이 유물론철학의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내가 깨닫게 된 것은 먼 훗날 철학을 공부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유물론철학이란 인간의 영혼이 육신과 함께 소멸한다고 확신하는 철학입니다. 그러므로 영혼불멸설은 물론 신의 존재도 부정합니다. 신이나 어떤 초월적인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떠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물질로부터 인간이 발생하고 인간이 다시 물질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확신하는 철학입니다.

인류의 역사상 유물론적 사상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회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은 유물론철학을 지지했지만 현상유지를 원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유물론과 정반대인 관념론철학을 지지했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관념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유물론적으로 살아갑니다. 물질의 법칙과 자기 자신을 믿으면서 살아갑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나는 유물론철학이 정당하고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우리 민족의 진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사람일보>에 ‘유물론 강의’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나는 문학 및 예술을 좋아합니다만 재능은 부족합니다. 시를 즐겨 읽지만 지금까지 일기장에 낙서를 하는 정도로밖에 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민족작가연합에서 남북공동선언과 연관되는 시를 모집한다기에 2편의 시를 투고했습니다. 일생 동안 처음으로 발표하는 시입니다.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나 겨우 졸업할 형편이었는데 운이 좋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더욱이 독일정부에서 초청하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에 가게 되었습니다. 고국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외국에 나가니까 우리 나라가 분단이 되어 고통을 겪고 있으며 외세가 강요하는 분단을 바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의 체험을 시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도 아니고, 개인의 섬세한 감정을 노래한 시도 아니며, 말장난에 불과한 추상적인 시도 아닙니다. 그냥 나의 체험을 묘사해본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누구나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생각에서 부족한 시를 공개했습니다.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독일에 처음 갔을 때

독일에 처음 갔을 때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물었다

“일본에서 왔나?”
“아니요, 한국에서”

“남한에서, 북한에서?”
“물론 남한이죠”

“지금도 서로 싸우고 있나?”
“그렇다고 말해야지요”

“왜 싸우는데?”
“이념이 다르니까요”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데?”
“적어도 남쪽은 미국이”

“서로 합치면 안되나?”
“맘대로 되나요”

“힘이 없나, 생각이 없나?”
“힘도 부족하고 생각도 모자라서…”

할아버지가 가면서 중얼거렸다
(바보천치들이 따로 없군!)

여러분도 모두 조국통일에 관심을 가져 후손들에게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남겨주지 맙시다. 모두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17일(음 6월 28일)
강대석(
grostein@hanmail.net)

<장동욱 기자>

출처: http://www.saramilbo.com/sub_read.html?uid=19992&section=sc3&sec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