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생님, 입술이 부르텄네요
이기명 기자 | 등록:2020-08-03 13:44:47 | 최종수정:2020-08-03 14:00:33


[칼럼] 선생님, 입술이 부르텄네요
걱정도 팔자라서 그렇단다.
 

“선생님. 입술이 부르텄어요. 너무 과로하시나 봐요.”
 
오랜만에 만난 여성 후배가 하는 인사다.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성추행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은 아닌가.
 
잠시 생각했다. 과로인가. 칼럼은 좀 많이 쓰지만, 특별히 과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입술은 부르텄다. 잠시 후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입술이 자동으로 알아차렸구나.’
 
나의 입술은 참 신통한 재주가 있다. 견딜 수가 없는 마음속 고통이면 스스로 부르터서 내게 경고를 해 주는 것이다.
 
인간의 몸뚱이는 참으로 묘하다. 나만의 경우일지는 몰라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금방 몸이 반응한다. 흔히들 몸 따로 마음 따로 논다고 하는데 그렇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난 요즘 입술이 부르터서 인사를 많이 받는데 아마 몸과 마음이 함께 노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유를 듣고 좀 별나다고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속 편히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가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고 속을 끓이고 있다. 그런 속에서 정치 때문에 속을 썩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정치와는 상관이 없고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상관이 없다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가 잘되어야 국민 생활도 좋아진다는 깨어 있는 국민도 꽤 많다고 생각한다. 촛불을 들고 일어나 무능 부패한 정권을 엎어버린 자랑스러운 국민이 아닌가. 특히 국회라는 특별집단 때문에 열 받는 국민은 내가 알기로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목에 힘 빳빳이 주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이상한 현상이다.
 
■민주당 때문에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더 속이 많이 상했다. 그렇긴 해도 입술이 부르틀 정도라면 유별난 극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사실 역설적으로 미래통합당(앞으로는 미통당이다) 덕분에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얻었다. 이젠 민주당이 좀 제대로 하겠구나 다소 안도를 한 것도 솔직한 고백이다. 한데 어럽쇼. 하루에도 땅을 수없이 쳤다. 이해찬·김태년이 한 성질 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망부석의 가운데 토막(ㅠㅠ)이다.
 
명분도 있고 국민도 원하는데 왜 멀거니 당하고 있는가. 참는 것도 한두 번이고 끌려다니는 것도 정도 문제다. 미통당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미친놈처럼 밀고 나가면 민주당 깡통 찰 날 멀지 않을 것이다.’ 사실 민주당 욕 많이 했다. 너희들 망하고 싶으냐.
 
거기에다 주위에서 친구들이 자꾸 세상을 떠난다. 나이 먹어서 죽는 거야 도리가 없지만 안 가도 될 사람이 간다. 그것도 비명에 간다.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노랑머리가 기승이다. 80 넘은 나도 길을 다니기 무섭다. “당신 절대로 여자들 두 번 쳐다보지 마요” 마눌의 부탁이다 (ㅋㅋ)
 
미통당이 너무나 못했기 때문에 덕을 본 것이 민주당이다. 아무리 찍어주고 싶어도 미통당은 찍을 수가 없어 민주당을 찍어 줬는데, 절대다수당 됐는데도 이 꼴이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욕 많이 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해온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아파트 시세차익으로 5년 만에 46억을 번 것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사진출처 - 미래통합당)

■국민은 가슴이 멍든다.
 
세상 살아가면서 참 살기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돈 많은 삼성의 이재용이도 무서운 권력자 윤석열도 불평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보편성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기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게 아닐 때 사람의 속은 끓는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많은 정당과 후보 중에서 정치 잘해 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꾹 눌러 찍어 준 사람이 금배지 단 후에 영 아니올시다 라면 어찌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으랴.
 
솔직히 나야 입술이라도 부르트지만, 가슴이 멍드는 국민은 얼마나 많으랴. 미통당의 경우도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미통당이 쫄딱 망한 것에 화가 나서 소주병이나 비웠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절망하지 마라. 미통당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고 반대로 민주당이 죽을 쑤면 미통당 세상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다만 지금 하는 것으로 봐서는 미통당에게 희망이 올 것 같지가 않다.
 
■민주당. 정신 차렸느냐.
 
주택문제 때문에 정부가 끙끙 앓고 국민의 불만은 치솟았다. 뭐 하는 정부냐고 난리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모두 보고 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다주택이 얼마나 집 없는 서민들을 슬프게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권력자들은 당당한 다주택자들이다. 특히 청와대 간부들이 다주택자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원성도 알았을 것이고 대통령도 무척 속이 상했을 것이다. 얼굴 들고 어디를 다니느냐.
 
역시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고 그래서 매는 필요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수석들에게 집 한 채 말고는 소유하지 못 하도록 엄명이 내렸고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8월까지 다주택을 처분한다는 소식이다. 잘한 일이다. 높은 자리에 앉아서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면 그건 몽둥이로 맞아야 할 일이다. 청와대 수석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전셋값 안정을 위한 법안인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발효됐다. 세 든 사람이 전세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도 있고, 전·월세 인상은 최대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각서까지 썼으니. 이행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미통당은 민주당의 주택정책을 난동 수준이라고 했는데 제발 미통당도 그런 난동 좀 부려봤으면 좋겠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반포아파트로 46억(22억→45억, 2채)의 시세차액을 챙긴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런저런 논리를 펴지만, 국민이 누구냐. 어림없다. 윤희숙이 뻥(임차인, 서초구 전세와 성북구 아파트 소유, 최근 세종시 아파트 매도) 쳤다가 들통 난 모양이다. 그밖에 몇몇 의원은 아예 도매업자 수준이다. 옷 벗고 가게 차리는 게 어떤가.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비실비실 끌려만 다니던 민주당이 작심하고 법안을 통과시킨다. 178석 몰아 준 국민의 생각을 늦게나마 깨달은 게 다행이다. 민주당 지도부에 박수를 보낸다. 여기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미통당도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그럼 지지를 받는다. 그래야 다음에 집권한다.
 
공수처법도 미통당이 먼저 통과를 서둘러라. 지금 검언유착이라는 괴물로 국민의 마음이 어떻게 된 지는 미통당도 잘 알 것이다. 윤석열도 종 쳤으니 기대를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검찰의 말은 쌀로 밥을 짓는다고 해도 안 믿는 국민이다. 이런 속에서 검찰의 존재가 필요한가.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멋지게 하라.
 
내가 이낙연을 지지하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여기서 이런저런 얘기 하면 편든다고 욕을 할 테니 이 의원 얘기는 안 한다. 다만 민주당 당원들과 투표를 할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친노니 친문이니 지역이 어디니 하는 망국 타령만은 제발 그만두라는 것이다. 며칠 전 내 앞에서 지역타령 하던 당 간부가 야단을 맞고 망신 좀 당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봉하마을을 찾아 모두들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말로만 말고 실천해 주기 당부한다. ‘사람 사는 세상’ 이게 바로 노무현정신이다. 말로만 노무현 정신 팔지 마라.
 
오로지 사람만 보라.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면 사람이 보인다. 집권당의 당 대표가 얼마나 중요한 자린가. 7개월짜리 대표라고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하룻밤에 만리장성도 쌓는다는데 7개월이 어디냐. 사람이 먼저다.
 
민주당이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부르튼 내 입술도 가라앉을 것이다. 멍든 국민의 가슴도 풀어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나라가 망하면 우리 모두 끝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